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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그리고 마지막, 실연 (2011-02-02 작성)

사랑 얘기

by 박승만 2022. 11. 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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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 학년 때 같은 학교의 이쁜 여자 애 하나를 알게 되었었다. 주위 남자 여러 명이 그 애 주위를 맴 돌았었지만, 그 여자 애는 왠일인지 나를 따랐었다. 하지만, 막상 난 친구들과 몰려 다니느라, 그 애를 심각하게 생각치를 않았었다. 그저 가끔 만나는 가벼운 데이트 상대로만 생각 했었던 것 뿐이었다. 부담 없는 데이트 였을 뿐이었고, 내게는 사랑의 감정보다는 친구와 같은 친숙함과 나보다 한살 위였음에도 다소 어려보이는 그 아이의 보호본능의 차원이었었다. 

 

그 여자 애의 집은 한남동 하얏트 호텔 바로 옆이었었다. 남대문 바로 옆에 있는 호텔 (이름은 더 이상 기억이 나지 않음) 앞에서 83 번 버스를 타면 아서원이란 중국집 앞에서 내려 집을 바래다 주는 것이 우리의 가벼운 데이트의 정해진 수순이었었다. 하지만, 어느 덧 버스를 타고 하던 배웅이 어느 날부턴가 그 길을 따라 걷는 데이트로 변해 갔었고, 인적이라곤 거의 볼수 없는 그 거리 모퉁이에서 조금씩 그 깊이를 더 해 갔었었다. 

 

아마 그때가 가을이 깊어 가는 때 였을것이다. 그 당시 가을 남산 순환도로는 정말 기막힌 분위기를 가지고 잇었다. 수은 가로등은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안개속에 뿌옇게 은빛을 발했었고, 가끔 지나치는 차들의 헤드 라이트는 흐릿한 빛 줄기를 내 뿜으며 지나치곤 했엇다. 길 옆 외국 공사관에서는 낮은 음악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고, 안개가 덜한 날엔 길 아래에 반짝이는 용산, 이태원, 한강, 또 그 건너까지도 내려다 볼수가 있었다. 

 

때로 비라도 오는 날이면 큰 우산을 나눠쓰곤 안다시피 하곤 걸었엇다. 그 큰 우산이 우리만의 공간인 것처럼 안고 걸었었다.  때로는 남산 산 속으로 이어지는 돌 계단이 있는 좁다란 오솔길로 접어 들기도 햇었다. 숲속에 들어가지 못하게 쳐져 있던 철조망이 망가진 틈으로 들어가 숲속에 앉아 얘기도 하고, 노래도 나즈막히 부르고, 키스를 하기도 했었었다. 때론 지금은 사라진 남산 외인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언덕 아래를 바라 보며 그네를 타며 가을 바람을 즐기기도 했었었다. 때론 그때 당시 유명했던 이태원 청바지 가게들을 돌며 보물 찾기 하듯이 맘에 드는 청바지를 찾아 보기도 했었다. 

 

그 당시 여자를 보는 나의 눈은 주제 파악도 못한채 상당히 높기만 했었던 것 같다. 내가 이 여자 애를 첨에 그리 혹 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 첫 인상이 다소 청순한 스타일이었던 것 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자 아이는 내 취향에 맞는 이상형의 여자는 아니었어도, 누구나 다시 한번 쳐다 보게되는 이쁜 여자 애 였다. 눈은 깊었고, 키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무척이나 날씬한 몸매 였었고, 무슨 옷을 입어도 눈에 띠는 맵씨가 있었다.  그때 당시 대학 1 학년 짜리 남자 애들이 대부분 그랬겠지만, 나 또한 참 돈이 궁했었다. 결국 우리의 데이트는 그저 걷는 것이 일이었었다. 죽어라 걷는 그 데이트 동안 우리는 참 많은 얘기도 했었고, 수 없는 노래도 불러 제꼈다. 

 

그저 한 가지 -----  그저 한 가지 -----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 한 가지는 --- 가을이 깊어 가면서, 남산 순환 도로을 걸으며 데이트를 거듭해 나가는 동안, 어느 사이엔가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난 이 여자 애에게 가을 만큼이나 깊게 빠져 들고 있었다는 것이었었다.  --- 

 

결국 이 여자 애 와는 2년간 지독한 연애를 했엇다.  지독한 연애를 한만큼, 결과도 지독하게 참혹한 결과 였었다.  대학 2 학년 어느 가을 날 -- 이 여자 애는 나를 버리고 떠나갔다.  이 여자 애에게서 버림 빋은 후, 난 이 여자 애를 잊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저 매일 술독에 빠져 나날이 폐인이 되어 갔었었다. 내 눈의 촛점은 나날이 흐릿해져 갔고, 나의 자존심이란 것은 그냥 길 가에서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 조각처럼 산산히 찢여져 가 버렸었다. 술에 취한 발 걸음으로 남산 순환도로를 헤메기가 일수 였고, 그 애 집 근처에서 초라한 모습으로 그 애 얼굴 보려 기다리던 밤이 쌓여 갔었다. 어쩌다 그 애의 얼굴이라도 마주 칠땐 - 무참히 일그러지는 얼굴을 감출수 조차 없어선 결국 도망치듯 뒷걸음 칠 뿐이었었다.  사랑의 잔인함이 얼마나 무서운가 철저히 깨달앗고, 사랑에 실패한 어린 남자란 것이 얼마나 외롭고, 죽음을 가까이 느끼게 되는지 --- 그때 알게 되었었다. 

 

--- 그 여자 애를 내 맘에서 정리하기까지의 세월은 5년이 걸렸다. 남자로서의 자존심도 어느 정도 되찾고, 인생을 사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신감을 되찾기까지 또 몇 년이 더 걸렸었다. 그 기간은 내 인생 최악의 나날이었었고, 모든 것을 걸음마부터 새로 시작하는 과정으로 내게 다가 왔었다. 흔한 말이지만 다시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상 할 수도 없었었다.  그 동안 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고, 6개월 방위로 군대를 다녀오고, 대학원은 마치지 못한채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 되었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중 한국에 나가야 할 일이 있었다. 친구들을 통해 그 여자 애와 연락이 되었고 그 여자 애는 날 만나고 싶어 했었다. 조선호텔 지하 식당에서 약 10 년 만에 첨으로 만난 그 여자 애는 여전히 이뻤었다. 그 여자 애는 내게 미안 했었단 말을 했고, 자신이 몰라서 그런 실수를 햇었다고 말햇고, 나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그 땐 난 이미 미국에서 만난 지금의 내 아내와 더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을 때 였고, 그 여자 애는 내 맘 속의 한 과거로 이미 지나간 여자 였을 뿐이었었다. 

 

언젠가, 그 여자 애가 우리 동네 근처에 사는 자기 고모네 집으로 왓다는 소식도 들리기도 했건 것 같다. 내게 전화도 햇었지만 통화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한국으로 돌아 갔다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기도 하였고 -- 결국 그 이후론 소식도 끊겼다.  아마 지금은 어디선가 늙어가는 한 여자로써 잘 살고 있을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 흘러 가는 것이어서, 그때 그리도 힘들었던 첫 실연의 추억도, 이제는 그냥 내 맘 속에 묻혀있는 젊었을때의 한 사랑 이야기일 뿐이라. 그러나, 지금도 내 인생을 돌아 보는 때가 되면 그 여자 아이와의 사랑 얘기가 내 맘 속에 남아서 울리곤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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