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읽은 책 중 하나를 소개한다.
신앙 고백의 필수성 (The Creedal Imperative) by Carl Trueman
예배 드릴때마다 우리는 사도신경을 외운다. 이런 신앙고백은 왜 필요한 것 인가? 예배를 드릴때마다 외우는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왜 현대의 많은 교회들은 신앙고백을 생략하고 그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일까? ‘장로교회 체제를 채택하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따른다’ 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 인가?
웨스트민스터 신학 대학원의 교수이고 장로교회의 목사이기도 한 Carl Trueman 은 이 책에서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준다. 그는 먼저 신앙고백을 반대하는 경향에 대해 설명을 하고, 왜 그런 경향이 현대 교회들 사이에 퍼지는지 그 이유들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현대의 자기 중심적인 사고, 반역사적인 태도,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 과학 기술 발전과 상업화 등등 – 이런 여러 이유들이 어떻게 신앙고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 설명을 하며, 신앙고백에 바탕을 두지 않는 맹목적 복음주의적인 교회들에 대한 우려를 말한다.
그는 신앙고백으로서 갖추워야 할 세 요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오랜 교회의 역사 속에서, 믿음의 선배들이 어떤 배경과 어떤 성경적인 바탕에서 신앙 고백들을 이루워 왔는지 알려 준다. 사도신경을 비롯하여 초창기의 7 공회들과 그 공회에서 정해진 신앙고백들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설명해 준다. 그리고는 16 – 17 세기에 종교개혁의 배경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비롯한 여러 개혁주의 교회들의 신앙고백들을 나열하며, 전통 개혁 장로교회들에게 이 신앙고백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설명을 해 준다.
그리고 저자는 찬양으로서의 신앙고백 (Confession as Praise) 장에서, 이런 신앙고백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준다. 현대 교회의 많은 젊은 사람들은 믿지도 않으면서 교회에 소속되어 있고 (belonging before believing), 신앙을 그저 삶의 한 모습으로 (a way of life)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을 지적한다. 어떤 복음주의 교회에서 볼수 있듯이, 상업주의의 영향으로 예배에 참석한 사람들을 고객으로 여겨서 그들을 감동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예배의 중심이 사람을 섬기는 것에 대한 경고하여 준다. 그에 반해서, 예배의 중심이 주님인, 예배의 본 모습으로 돌아 가는데 신앙고백의 중요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나 자신 가장 공감하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신앙고백이 교회와 신앙생활의 여러 면에서 유익하게 쓰여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먼저, 그는 모든 교회는 글로 쓰여졌건, 아니면 묵시적이건, 신앙고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신앙고백은 교회의 타락을 방지할 수 있고, 믿는 바를 정확히 요약해 표현할 수 있게 하고,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를 구분할 수 있고, 교회를 하나가 되게 하고, 사역적인 권위를 세울 수 있게 하는 등 - 많은 곳에서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신앙고백이 성경이 부족하여서 성경을 보충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성경을 간추린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 성경에 대한 얘기를 나눌때 마다, 성경 전체를 히브리말이나 그리스 말로 읽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신앙고백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간단하고 정확히 정리하여 우리에게 알게 하는 것이다.
책의 소개는 그만하고 책을 읽은 소감을 나눈다. 나 자신 믿음을 구분 짓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구분 짓다 보면, 하나가 되어도 모자를 판에 결국 서로를 나눌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굳이 나누게 된다면, 어릴적에 소요리문답을 외우는 신앙의 모습으로 자라왔던 영향 때문에, 아마도 나 자신 역시 신앙고백적인 크리스챤이라 구분 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전까지 예배 순서의 하나로 교독하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소요리 문답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요즘도 어떤 신앙적 고민이 있으면 가끔 들여다 보곤 한다. 사실, 예배 중 교독을 하며 신앙을 재정리 할 수 있었던 소요리 문답을 그만 둔 것이 나에겐 많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였다. 특히, 이 책의 저자가 끈질기게 노력하듯이, 교인들께 신앙고백이 왜 중요한지 차근차근 설명을 하고, 그 의미를 계속 설득하며 이해를 시키지 못햇던 것 같아서 더욱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저 예배순서에 신앙고백을 넣는 것 만으로는, 우리의 믿는 모습에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사실상 교회를 어지럽히는 대부분의 원인은 신앙고백에서 다루는 교리적인 분쟁이 아니라, 어찌보면 사소한 일들인 것 같다. 물론 그 사소한 일들도 깊이 들여다 보면 교리적 의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성경에 써있듯이, 서로 정죄하고, 질시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하여 일어나는 일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믿음의 공동체로서 우리가 함께 믿는 것이 무엇인지 정리가 되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고 생각이 든다. 우리 가운데서도 교회가 무엇인지 조차도 그저 막연한 생각만 있을 뿐, 많은 혼동이 있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좁디 좁은 신앙관을 가지고, 교회가 그 신앙관에 맞지 않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와서 그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자 신앙생활을 바탕으로 마구잡이로 쌓은 개인적 신앙관이 성경적으로 재점검 받고, 그 과정에 신앙고백이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단순히 예배 순서에 신앙고백을 넣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신앙고백에 대한 다각적인 노력이 차근차근 이루워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설교, 교육, 훈련, 소그룹등 모든 면에서 신앙고백의 내용을 살펴보며, 이를 통해 교인들이 더욱 생각과 묵상이 깊어지며 신앙의 성숙이 이루워질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생각 없이 듣기만 하는 강의 위주를 떠나, 성경의 말씀이 어떻게 우리 자신들에게 적용 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더욱 강조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저자가 강조했던 것처럼, 교회의 리더쉽에 있는 사람들에게 신앙고백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결국 우리가 함께 믿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차도 정리가 되지 않는 상태로 교회를 이끌어 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어떤 면에서 단순하고, 열심이 강조되고, 맹목적인 신앙의 모습이 강조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있었음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물론 단순한 신앙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2,000 년간의 기독교 역사를 통해 이어져 온 서구적 신학의 약점이 바로 신앙의 철학적 접근이 아니었는가? 생각이 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순함으로 이해하고 볼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에는 그 한계가 분명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기에 다소 교리적이고, 다소 어렵고, 딱딱 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믿는 것을 정리한 신앙고백이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고, 우리의 신앙 생활 속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찾아야 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 중 하나라고 믿기에,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한국어 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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