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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에서 비엔나로 (2017-06-21 작성)

해외 여행 얘기/2017 동유럽 Drive

by 박승만 2022. 11. 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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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아주 즐긴 부다페스트를 다뉴브 강을 따라 떠나서, 슬로바키아를 거쳐 비엔나로 향하였다. 과거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평화적으로 갈라섰던 것을 막상 보니, 신기하기도 하였다. 서방 문화는 동양적인 사고 방식과 달라서, 국가에 대한 관념이 다르기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 이리라. 오스트리아로  들어서면서 멀리서 이긴 하지만, 알프스 산들이 눈에 들어 오기 시작하였다.

 

숙소로 빌린 아파트를 찾아가 보니, old town 바로 옆이었다. 아파트 건물에 차가 4대 들어가는 주차장이 있었고, 이중 이리 예약해 놓은 한 구석으로 차를 집어 넣느라 꽤나 고생을 하였다. 하루에 35유로를 낸 주차장이지만, 조금씩 왔다 갔다를 되풀이 하며 겨우 겨우 주차할 수 있는 공간 이었다. 여러번 겪은 일이지만, 유럽에서의 주차는 -- 참 생고생이다. 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자유롭고 편해서 좋긴 하지만, 좁아터진 주차장은 (특히 old town 근처) 어디를 가도 골치거리이다. 물론, 그것도 주차할 곳이 있는 경우에 그렇단 말이지, 사실 주차조차도 않되는 곳도 많으니 - 뭐라 할 말은 없다.

 

아파트에 짐을 풀고는 비엔나를 탐험 나섰다. 숙소 옆의 길로 가니 바로 old town 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St. Stephen cathedral 이 있었다. 이 교회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보행자 전용거리가 있었고, 곳곳에 아주 nice 해 보이는 café 들이 늘어서 있어서, 마음에 쏙 들었다. 아파트 관리하는 여자가 알려 준대로 거리를 걷다보니, 이 보행자 거리를 따라 온통 문화 유산들이 줄지어 있었다.   

 
 
지붕이 인상적인 St. Stephen cathedral

 

 

 

 

이미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비엔나의 중심 old town 은  Ring street 라는 거리로 둘러 싸인 곳이다. 서울로 따지면 4대문 안쪽이라 할 수 있는 건가? 이곳은 어디를 가건 역사적 문화적 유산이 널려 있다. Stephen Platz 보행자 거리를 따라 걸으니 바로 근처에 St Peters Cathedral 이 있었다. 또 바로 근처에 St Michael's 성당이 있고, 길 건너편에는 Hofburg Palace 가 있었고, 또 바로 그 뒤에는 국립 도서관과 이름도 모르는 온갓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궁전 사이에는 멋진 정원들이 자리 잡았고, 그런 곳을 걷다 보니 과거 오스트리아의 찬란한 역사가 쉽게 짐작되었다.  

 

 

Stephen Platz 보행자 거리, Column of the Trinity

 

 

 

Hofburg Palace

 

 

 

Ring 도로를 따라 걸으며, Parliament 와 Rathouse (시청)으로 향하였다. 더운 날씨에 걷기가 만만치는 않았지만, 워낙 뭐가 많은 곳이라 걷다가 말 수는 없었다. 마침 Rathouse 에 가니, concert 준비가 한창이었다. 일하는 사람에게 뭐하냐고 물으니 그날 저녁에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비엔나 페스티발 첫날 기념 공연이 그곳에서 있어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우리보고 저녁에 꼭 와보라 하였지만, 결국 가 보지는 못하게 되었다.

   

 

Parliament (국회의사당)

 

 

 

콘서트 준비 중인 Rathouse (시청) - 아주 멋진 건물

 

 

 

Burgtheater

 

 

 

Rathouse 에서 Museum Quarter 쪽으로 향하였다. 이미 꽤 걸었기에 지친 상태였지만, 애들이 그리로 향하니 우리는 따라 갈 수 밖에 없었다 ?. Museum quarter 안의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현대적인 디자인의 벤치에 앉고 누워서, 광장 한 가운데서 연주 되는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비엔나의 첫 인상은 아주 깨끝하고, 정돈되어 있고, 풍요롭고 비싸 보이는 것 같았다. 길 거리의 카페나 가게들도 잘 장식되어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좀 차가운 느낌도 들기는 하였다.

 

 

Museum Quarter의 독특한 벤치

 

 

 

가는 길에 아내는 아까 지나쳤던 국립 도서관에 들려 보자고 한다. 다리가 아파서 그러기 싫었지만, 아내가 그리 말하니 얼굴에 싫은 기색을 내지 않고 조용히 따랐다 ?. 하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아주 기가 막히게 멋진 건물이었다. 왠만한 박물관 보다도 훨씬 뛰어난 곳이었다 --- 역시 아내 말을 잘 들으면 된다 ?.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

 

 

 

걷다 보니, 비엔나 오페라 하우스 앞을 지나게 되었다. 온통 모찰트의 옷을 그대로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공연 티켓을 팔고 있었다. 사실 비엔나에 오면, 세계 3대 오페라 단 중 하나인 비엔나 오페라를 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나는 미리 여행을 떠나기 전에 비엔나 오페라의 공연 일정을 check up 하기도 하였지만, 우리가 머무는 동안 내 관심을 끌만한 공연은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고, 그 근처의 카페로 향하였다 -- 역시 먹는 것이 먼저였다 ?.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망한 것이 음식이었다. 동유럽은 어디를 가도 음식이 다 비슷하였다. 돈가스 같은 schnitzel 이라든가 roasted pork, pork knuckle 이 어딜 가도 반복이엇다. 처음에야 맛있게 먹었지만, 계속 같은 것, 그것도 같은 고기 음식을 매일 먹다 보니 좀 질리기도 하였다. 비엔나 오페라 근처의 식당도 비슷한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음식이 눈에 띄였다. Boiled Steak 라는 것이 있었다. 알고 보니, 오스트리아의 독특한 음식이라고 하였다. 물론, 나는 그것을 먹었고, 아내와 아이들은 또 한번 슈니첼, 파스타, roasted pork 를 골랐다.

 

Boiled steak 는 내가 냉면 국물 만들 때 쓰는 아롱사태를 야채 육수에 통채로 넣어 끓여 낸 요리였다. 내가 좋아하는 copper pot 에 담겨져 나온 boiled steak 는 국물이 아주 좋았다. 하루 종일 걸어 지친 몸을 추스리기에 아주 좋은 맛있는 음식이었다. 오스트리아 맥주와 함께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왼쪽이 Boiled steak - yum, yum!!

 

 

 

저녁을 맛잇게 먹고 나서 오페라 극장으로 다시 향하였다. 아파트 관리 하는 여자분이 저녁마다 공짜로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멋진 오페라 극장 한 편으로 커다란 스크린이 있었고, 그 앞 광장에는 앉아 관람할 수 있게 의자들이 설치 되어 있었다. 물론 --- 의자들은 다 차 있었다. 그 앞길 한바닥에 주저 앉아 백조의 호수 발레를 구경하였다. 1막이 끝나고 앉아 있던 사람 몇이 떠나기에, 우리는 편안히 의자에 앉아서 즐길 수 있었다. 저녁 어두움이 몰려 오는 비엔나에서 길거리에 앉아 발레를 보는 것도 꽤나 괜챤은 경험이었다. 가끔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차의 소음이 있고, 또 도심의 온갓 소음이 들려 오기도 하였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멋진 발레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저녁이 되었다. 너무나 잘 알고, 이미 봐왔던 발레 였지만, 비엔나에서의 길거리 관람은 낭만적이었고, 긴 하루를 마감하기에 아주 멋진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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