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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함과 아내 (2011-04-27 작성)

신앙 얘기

by 박승만 2022. 11. 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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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교훈은 '믿음으로 일하는 자유인' 이었다. 교훈에서 보듯이 크리스챤 학교였고. 그 교훈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사실, '자유인' 이란 말의 뜻이 정확히 뭔지는 잘 몰랐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크리스챤이었던 내게, 정확한 뜻을 알건 모르건, 그 교훈은 항상 마음에 간직할 수 있는, 거의 40년 후에도 잊지 않는, 그런 교훈으로 남아있을 정도로 좋은 교훈이었다.

 

성경에서 말하는 '자유한다' 라는 말은 쉽게 설명하기가 만만치 않은 그런 말 같다. 자유하는 크리스챤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희미하게 알지만, 명료하게 설명된 것을 들어 본 적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을 통해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아내와의 삶을 통해) 잘 설명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리 해 보려한다.

 

언젠가 아내에 대한 얘기를 씨리즈로 쓰려 하지만, 나와 아내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모태신앙이고, 비교적 이해심이 뛰어난 편인 것 같다. 지금 섬기는 교회에서 청년시절에 만나, 죽어라 하고 싫다는 여자를, 죽어라 하고 6년 동안 쫓아 다닌 후, 온갓 반대와 별의별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결혼하여, 이제 23년을 살아 왔다. 한마디로, 너무나 감사한 것이 많은 훌륭한 여자이고 아내이다. 물론, 그중 가장 감사한 것은 나와 결혼해 준 것이고,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 이미 나와 맺어준 하나님의 은총을 아내는 그전에는 몰랐다가 뒤늦게 깨우친 것이리라 :). 또 다른 감사중 하나는 아내와 누구보다 신앙에 대한 깊은 얘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둘이 다른 점도 많다. 예를 들자면, 아내는 나보다 훨씬 더 중도적인 사람이고, 나는 때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영어로 하자면, contrarian, in a way. 그래서, 때로 어떤 일이나 생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어떨까? 하고 궁금하면 -- 아내에게 의견을 묻곤 하고, 아내의 의견이 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확신한다. 또, 나는 복잡한 편이고, 아내는 나보다는 덜 복잡한 편이기도 하다.

 

하여간, 그런 아내와 23년을 살아 오는 동안에, 대화를 통해서건 아니면 그냥 일상 생활에서건, 아내와 있을 때 나의 진정한 모습이 나타나는 경험을 자주 느끼곤 한다. 주위 사람들 가운데, 아마도 나를 재밋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정도로 믿믿하다는 것이, 또 좀 지나치게 심각하다는 것이 - 남에게 드러나는 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내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했던, 내가 듣기에도 꽤 재밋는 농담을 하는 나를 보고, 나 자신이 놀라기도 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잘 표현 하지 못했던 내 생각을 아내에게 간단 명료하게 표현하고 나서는, 나 자신 놀라기도 한다. 한 마디로 아내 앞에서는 내 생각과 표현이 자유로와지는 경험을 종종한다.

 

왜 아내 앞에서는 그럴수가 있는 것인가? 궁금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결론은 아내는 나를 너무나 잘 안다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뭔 말을 해도, 아내는 내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빤히 안다. 나를 cover 할 것도 없고, cover 할 필요도 없다. 나를 그리 잘아는 아내 앞에서 심지어 벌거벗고 있어도, 내가 부끄러워 할 것도 없고 남을 의식해야 하는 것도 없다. 혹시 내가 틀린 말을 할지라도, 왜 그런 틀린 말을 했는지를 이해해 주는 아내이기 때문이다. 또, 아내가 내게 무슨 쓴 소리를 하더라도 그 마음의 바탕에는 사랑이 있음을 알기에 받아 줄 수 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니, 아내와 둘이 있을때 내 생각과 행동이 자유로워 지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쩜 그것이 하나님 앞에서 자유로와 질 수 있는 열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예비하시고, 창조하시고, 나의 모든 것을 아시고, 이 엉망진창인 나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하나님. 그 사실을 인정하고 마음 깊이 새긴다면,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자유로울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인 것 같다. 아쉽지만, 하나님이 아닌 우리 인간은 어차피 서로를 다 알수가 없다. 서로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자유치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하지만, 인간 가운데 나를 가장 잘 아는 아내 앞에서 자유함을 얻는 것 같이, 우리의 중심을 아시는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자유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아내를 주시고 함께 살도록 하신 그의 뜻이, 아내를 통하여 하나님을 볼 수 잇게 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그런 면에서 크리스챤으로써 아내와의 관계는 우리의 신앙 생활에 가장 critical 한 면이라 생각한다.

 

결국, 신앙을 함께 나눌 배우자를 찾는다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우리의 신앙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없다면, 그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 자신도 3명의 자녀들을 위해 신앙 안에서 배우자를 만나도록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 자유함에 대한 설명이 간단 명료하게 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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